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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T1. 라이엇게임즈 제공
2025년 11월9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 최강팀이 누구인지 겨루는 ‘2025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렸다. 페이커(본명 이상혁) 선수로 유명한 ‘티원’(T1)과 다크호스 ‘케이티(KT)롤스터’가 맞붙어 오판삼선승제의 최종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고, 그 결과 페이커 선수는 여섯 번째 월드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무후무한 여섯 번째 우승도 대단하지만, 최초의 월드 챔피언
야마토게임연타 십 3연속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T1의 우승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또 이번 롤드컵을 계기로 새로 이(e)-스포츠를 즐기게 되었을 분들을 위해서, 게임의 포문을 여는 게임인 밴픽의 과학에 관해 써보려 한다.
누구를 금지하고 누구를 고를까
양 팀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경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곧바로 선수들이 조종하는
오징어릴게임 캐릭터가 5 대 5로 싸우는 ‘소환사의 협곡’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그 전에 밴픽을 해야 한다. 밴픽은 경기의 판을 짜는 과정으로 조종할 캐릭터를 금지(밴·ban)하고 고르는(픽·pick) 단계다. 때로는 밴픽만 끝났을 뿐인데 팀 간 유불리가 상당히 기울어져,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밴픽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기에 그럴까? 이해를
모바일릴게임 돕기 위해 밴픽 초반 단계에서의 머리싸움을 간단히 살펴보자.
밴픽은 선후공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선공팀과 후공팀이 번갈아가며 총 여섯 개의 캐릭터를 이번 게임에서 제외한다. 밴 단계가 끝나면 각자 사용할 캐릭터를 고르는 픽 단계가 시작된다. 픽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중요 캐릭터를 선점하는 양 팀의 첫 번째 선택이다. 선공팀이 먼저
카카오야마토 캐릭터 하나를 고르고 후공팀은 이를 본 다음 캐릭터 두 개를 연달아 고른다. 한 팀이 고른 캐릭터를 상대 팀에서는 고를 수 없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밴 단계 전략은 무엇일까?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170여 개의 캐릭터가 있지만, 대회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여섯 개 남짓한 좋은 캐릭터의 윤곽이 잡힌다. 따라서 밴 단계에서는 상대 팀보다
백경게임 좋은 캐릭터를 더 많이 가져오기 위한 판을 짜야 한다. 선공팀의 경우 좋은 캐릭터를 딱 하나만 남겨 자기 팀만 좋은 캐릭터를 고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반대로 후공팀은 좋은 캐릭터를 셋 남겨 하나를 내주고 둘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여 밴 단계에서 양 팀은 좋은 캐릭터가 최종적으로 몇 개 남을지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인다.
언제나 존재하는 ‘내시 균형’
흥미로운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밴픽 시스템은 굉장히 복잡하지만 근본적으로 2인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이다. 한 팀이 고른 캐릭터를 다른 팀은 고를 수 없으므로 좋은 캐릭터를 선점하는 일은 곧 상대 팀의 손해로 이어진다. 그런데 2인 제로섬 게임에서는 혼합전략을 고려하면 언제나 내시 균형이 존재한다.
내시 균형은 어떤 상황에서 모든 참여자가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모두가 최선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 참여자가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무조건 손해가 된다. 일종의 교착상태를 상상하면 쉽다. 황야에서 세 총잡이가 서로에게 총알이 한 발 남은 권총을 겨누고 있다. 발사하지 않는 것이 내시 균형이다. 한 총잡이가 총을 쏘는 순간 해당 총잡이는 목표를 죽이는 데 성공하든 실패하든 남은 총알이 없어 무조건 죽게 돼 있다.
혼합전략이란 여러 순수전략을 확률적으로 섞어 사용하는 전략이다. 가위바위보에서 무조건 가위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순수전략을 쓰는 것이다. 혼합전략을 사용하는 사람은 가위, 바위, 보를 확률에 따라 뒤섞어 낸다. 이때 확률은 상대의 전략을 고려해서 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내시 균형이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말은 모든 참여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는 단 하나의 수가 있다는 뜻이다.
내시 균형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시 균형에 이르기 위한 두 가지 구체적인 전략이 있다. 2인 제로섬 게임에서 모든 전략은 미니맥스(minimax) 전략 혹은 맥시민(maximin) 전략 둘 중 하나가 된다. 미니맥스 전략은 한 플레이어가 자신의 최소 이득(mini)을 최대화(max)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맥시민 전략은 자신의 최대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만약 선공팀에서 맥시민 전략을 쓴다면, 그 팀은 후공팀이 첫 번째와 두 번째로 고를 수 있는 캐릭터의 조합을 쭉 훑으며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비교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덜 나쁜 결과가 예상되는 첫 번째 캐릭터를 고른다. 미니맥스 전략을 쓴다면, 선공팀은 후공팀이 무슨 캐릭터를 뽑든 가장 안정적으로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캐릭터를 첫 번째로 고른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미니맥스 전략을 쓰든 맥시민 전략을 쓰든 양 팀이 합리적인 전략을 사용한다면 두 전략의 결괏값은 일치한다. 다시 말해 내시 균형이란 이름의, 선후공 각자에게 해당하는 최선의 수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왜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에서는 밴픽부터 승패가 반쯤 결정 나는 일이 벌어질까?
한 가지 이유는 인간이 가진 연산능력의 한계다. 앞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170여 개의 캐릭터가 있다고 했는데, 그에 반해 밴픽에서는 한 선택당 30초가 주어진다. 아무리 밥 먹고 게임 생각만 하더라도 매 순간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앞에서는 간략하게 ‘객관적으로 좋은 캐릭터’ 위주로 설명했지만, 밴픽을 할 때는 캐릭터 사이의 시너지도 고려해야 하고 특정 선수가 유독 잘 다루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자기 팀 선수가 좋은 캐릭터를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오목은 외워서 둘 수 있어도 바둑은 그게 안 되는 것처럼, 밴픽은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다.
AI는 할 수 없을 거야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이 바둑을 정복한 것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 밴픽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것도 비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캐릭터에 대한 가치 평가가 근본적으로 선수의 체감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적의 선택만 해주는 AI가 언젠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선수가 작성한 가치 평가까지 바꿀 수는 없다. 캐릭터에 대한 선수의 가치 평가가 맞았거나 틀렸거나, 혹은 틀렸음에도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로 증명하는 경우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스포츠 역시 당당한 스포츠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어쩌면 이런 점에서 다시 한번 찾아볼 수도 있겠다.
서윤빈 소설가
*세상 모든 콘텐츠에서 과학을 추출해보는 시간. 공대 출신 SF 소설가가 건네는 짧고 굵은 과학잡학. 3주마다 연재.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