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중에 통일이 되더라도 비무장지대(DMZ)의 생태성을 살리기 위한 작업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생태학적 온전성을 유지시키고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석 기자
"인간 때문에 망가진 자연을 제대로 돌아오게 하자."
'리와일딩(Rewilding)'이라는 패러다임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야생화’, ‘야생 복원’이라고
릴게임사이트 번역되는데 생태·환경 분야뿐 아니라 최근에는 화장품 마케팅에도 쓰일 정도다.
영국의 언론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조지 몽비오의 '활생(Feral)'을 번역하며 국내에 리와일딩을 처음 소개한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지난달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리와일딩은 야생의 힘, 즉 자연을 제대로 복원하되 인간의 개입이 아닌 자연 스스로 회복
야마토연타 하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저서 '리와일딩 선언'(사이언스 북스)을출간했고, 지난 9월에는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와 함께 한국의 자연에 리와일딩을 본격 적용하기 위한 프로젝트 '야생과 동물과 나’를 개최했다. 김 대표로부터 리와일딩의 정확한 개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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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물러나고 자연 스스로 회복해야"
2017년 미 캘리포니아 북부 래슨 국유림에서 관찰카메라에 포착된 엄마 늑대와 새끼 늑대 두 마리의 모습. 회색늑대는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에 놓였다가 199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방사돼 그 수를 회복
오션파라다이스예시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AP 연합뉴스
-리와일딩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13년 조지 몽비오의 활생을 접했는데 (자연 복원을)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처음부터 한국에 도입할 생각은 없었지만 번역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알리게 됐다. 해외에서는 영국
10원야마토게임 일간 가디언이 2022년에 리와일딩이 주류가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재야생화와 활생은 같은 말인가.
"차이가 있다. 리와일딩의 ‘리(Re)’와 재야생화의 ‘재(再)’ 모두 (자연을) 다시 돌아오게 한다는 뜻이지만, 단순한 생태 복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한 발 물러서고 자연 자체에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도 된다는 것이 리와일딩이다. 이 때문에 (야생이라는 뜻의 'Feral'을 쓴) 몽비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영어 단어(invigorate)를 사용해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생태계(reinvigorated life), 즉 활생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번역문으로) 제안했고, 몽비오도 이에 동의했다."
-최근 리와일딩의 오용 사례도 발견되는데, 이를 제대로 정의한다면.
"리와일딩의 전제는 인간 때문에 자연이 제 모습을 잃었다는 것이다. 자연을 온전히,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점은 인간이 통제나 개입 없이 자연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두는 데 있다. 과거 특정 시점으로 되돌리려는 복원사업과 다르다. 예컨대 아까시나무는 외래종이라며 없애려 하지만 이미 우리 생태계에 자리 잡았고 일정 시간이 지났다면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반달곰 복원, 야생성 드러내면 오히려 실패로 간주
지리산을 수차례 탈출해 경북 김천 수도산에 방사됐지만 결국 숨진 반달가슴곰 KM-53. 국립공원공단 제공
-국내 반달가슴곰 복원은 리와일딩이 아닌 복원생태학에 가깝다고 봐야 하나.
"복원생태학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달곰 복원에서 중요한 것은 곰이 돌아오면 생태계가 복원된다는 점인데, 실제 정부는 곰 복원에 따른 생태계 영향 조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 리와일딩에서는 인간의 개입을 줄여야 하지만 반달곰 복원 사업에서는 (김천 수도산으로 영역을 넓혔다 교통사고로 폐사한) KM-53을 제외하면 곰을 야생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야생성을 드러내면 ‘적응 실패’로 간주해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리와일딩과는 거리가 멀다."
-통제를 하는 이유는 인간과의 갈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도입 사례 역시 사람과의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는 불가피하다. 다만 정책을 추진할 때 시민들을 비롯해 이해당사자 간 공감대를 먼저 형성했어야 한다. 인간의 제도를 우선시하고, 리스크 발생 시 정부가 배상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저서 '리와일딩 선언'을 들어보이고 있다. 민경석 기자
속리산국립공원에 나타난 대만꽃사슴. 국립공원공단 제공
-반달곰 등 국내 종 복원이 리와일딩에 가까워지려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하나.
"생태적 효과를 고려해서 동물을 복원해야지 '토종'이라는 이유로 한 종을 도입하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 복원생태학은 토종 동물 개념에 기반하지만, 사실 동물에게 국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 복원이다. 꽃사슴의 경우 국내 토종과 유전적 차이는 있지만 근원 관계에 있는 종이다. 그런데도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포획한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다음 달 중순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는 배격주의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바로 리와일딩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리와일딩으로 기존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적응한 종들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등의 위험을 지적했다.
"이는 최상위포식자가 사라졌을 때 과거 같은 종이 아닌 유사한 종을 도입할 경우 생태적 여파를 우려한 것이다. 생태적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에 대한 경고는 맞지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충분히 고려해서 하라는 뜻이다."
"국내 백두대간에 스라소니 복원되기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야생 신탁 선정지. 생명다양성재단 제공
-경기 파주에 ‘야생 신탁’을 도입했는데 그 성과는.
"지난해 시민 모금으로 매입한 경기 파주시 조리읍 1,348㎡(408평) 땅을 '적극적 방치'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수백 종의 식물을 비롯해 능구렁이 등 다양한 분류군의 생물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점만으로도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리와일딩을 도입한다면.
"설악산국립공원에서 강원 고성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최상위 포식자를 복원해야 한다. 그 역할에는 스라소니가 적합하다.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며,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매년 엽사에게 돈을 주고 동물을 포획하게 하는 정책은 피할 수 있다. 인공화된 서해안, 양식장으로 훼손된 제주 앞바다도 리와일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스라소니 도입 전에 국내 유해야생동물 정책을 다시 봐야 하지 않나.
"유해야생동물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정부가 나서 유해야생동물 목록을 운영하고 그 수를 늘리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뿐이다. 자생종인 참새, 어치, 까치도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수달도 유해야생동물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 모든 종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따지고 보면 유해야생동물은 인간뿐이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