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7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초등학교 옆 골목에서 20대 여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습니다. 시신은 노끈으로 묶인 두 개의 쌀포대에 감겨 있었습니다.
다섯 달 뒤인 같은 해 11월 21일. 이번엔 인근의 신정동 주택가에서 또 한 구의 4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시신은 비닐과 돗자리에 싸여 있었고, 나일론끈으로 결박된 상태였습니다.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
바다이야기모바일 자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는 3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습니다. 현장 증거물을 감식했고, 병원을 간다고 집을 나섰던 20대 피해자의 자취를 따라 근처 병원도 탐문했습니다. 시신을 감싼 포대자루와 시신에서 발견된 모래가 흔한 공사장도 뒤졌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찾기엔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당시 피해자들의 몸에선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8년의 수사 끝
골드몽사이트 에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건은 '미제'로 전환됐습니다.
묻혀있던 사건은 2016년 서울경찰청에 '미제사건 전담팀'이 생기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해당 사건과 2006년 5월 발생한 신정동 여성 납치 미수 사건을 동일범 소행으로 추정해 보도하며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라는 별칭도 붙었습니다. 생
바다이야기합법 존 피해자가 "범인의 윗집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증언한 데 따른 겁니다.
경찰은 관련 제보와 유사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 증거물 감정을 다시 의뢰했습니다. 2020년, 사건 발생
골드몽릴게임 15년 만에 피해자들의 속옷과 노끈에서 동일한 유전자가 검출됐습니다. 4년 전만 해도 나오지 않았던 결과를 받아든 경찰은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인한 뒤 본격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시신 발견 현장을 다시 수백 번 들여다 봤습니다. 동일수법 전과자와 당시 서남권 공사현장 관계자,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 명의 수사 대상자를
바다이야기게임기 선정했습니다. 이후 범행수법과 시간, 직업과 거주형태 등을 분석해 전국을 돌며 1천5백여 명의 유전자를 체취해 대조했습니다. 중국 동포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국제공조수사도 진행했지만 일치하는 유전자는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사망자로 눈을 돌렸습니다. 성범죄 등 전과 3회 이상, 휴일 및 특정일 범행, 사망 원인이 부자연스러운 대상자 등을 기준으로 해 56명을 선정한 결과, 2006년 강간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장 모 씨가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수사에 난항은 계속됐습니다. 장 씨는 2015년 7월에 사망한 뒤 화장돼 유골 확보가 불가능했고,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에서 나온 유전자는 변질돼 대조가 어려웠습니다. 경찰은 그의 사망 전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군, 직장, 교도소까지 훑었습니다. 장 씨가 살던 집 근처 병원 40개소를 탐문한 끝에 장 씨의 검체를 보관하고 있던 병원을 찾았습니다.
지난 5월 국과수에 긴급감정을 의뢰했고, 국내시약 실험으로 검출되지 않자 해외시약까지 구매해 감정한 끝에 드디어, 장 씨의 유전자가 증거물에서 나온 유전자와 일치함이 확인됐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장 씨가 '어디서 어떻게 여성들을 살해했는가'였습니다. 경찰은 2006년 장 씨가 저질렀던 유사한 수법의 성범죄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2006년 2월 장 씨는 공휴일에 자신이 관리인으로 근무하던 빌딩에 방문한 피해여성을 지하로 유인했습니다. "1층은 문이 잠겨있으니 지하로 안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여성을 데려가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는데, 여성이 가까스로 도주해 경찰에 신고하며 장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이 빌딩 지하를 감식해 피해자 시체에서 발견된 곰팡이, 모래 성분과 유사한 환경임을 확인했습니다. 피해자를 결박하는 데 사용됐던 노끈 등도 발견했습니다. 장 씨와 함께 교도소 생활을 했던 재소자들 8명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장 씨가 노끈 매듭을 깔끔하게 잘 지었다", "장 씨가 '사람을 죽여봤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또 피해 여성에 대해 묘사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범행이 일어난 건물을 특정한 뒤 살해된 40대 여성이 해당 건물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건물에는 병원도 있어 앞서 살해된 여성도 건물을 방문했을 것이라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2005년 6월 6일. 20대 피해자 여성은 오후 3시쯤 신정동 한 빌딩의 병원을 방문했다가 병원이 운영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귀가하던 중 피의자에게 붙잡혀 지하 1층 창고로 끌려갔다. 피의자는 피해자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에 쌀 포대 두 개를 씌워 노끈으로 묶은 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신정동 한 초등학교 옆 노상 주차장에 유기했다. 2005년 11월 20일. 40대 피해자 여성은 저녁 7시쯤 같은 빌딩을 방문했다가 피의자에게 붙잡혀 지하 1층 창고로 끌려갔다. 피의자는 피해자를 폭행하고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에 비닐과 돗자리를 씌워 나일론 끈으로 묶은 뒤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 신정동 주택가 노상 주차장에 유기했다.
20년 만에 드러난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밝혀진 건 하나 더 있습니다. 장 씨가 신정동에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질렀지만, '엽기토끼 납치 미수 사건'과는 무관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찰 재수사 결과 장 씨는 2차 사건 석 달 뒤인 2006년 2월, 1·2차 사건과 비슷한 수법의 성범죄를 시도하다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엽기토끼 사건' 당시엔 수감 중이었던 겁니다.
사건 당시 꾸려진 경찰 전담수사팀의 수사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당시 경찰은 2차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 만에 강간 미수 혐의로 장 씨를 붙잡고도 수법이 비슷한 앞선 두 차례의 살인과 연결짓지 못했습니다. 미흡한 초동대처로 사건은 20년간 미궁에 빠진 셈입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2005년 당시에는 유전자 등 대조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피의자 특정이 어려웠고, 전자기록이 잘 되어있지 않아 2006년 사건과의 유사성을 비교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 수사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지만, 진범은 20년 만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인 기자(sunfish@mbc.co.kr)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778064_291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