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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들과 마찬가지[서부원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22일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역 인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또다시 민원에 대해 소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지금껏 여러 차례 경험한 터라 딱히 놀 업소여성일수 랍거나 두렵진 않다. 단지 내 일로 인해 학교장을 비롯해 동료 교사들을 번거롭게 해드려 송구스러울 뿐이다. 학교로 걸려 오는 외부 민원 전화를 응대하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얼마 전엔 내달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학교에도 교사의 선거 관여 행위를 금지한다는 공문도 내려왔다. 주요 위반 사례까지 적시하여 수원회생신청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미 국가공무원법과 공직 선거법에 근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 책자까지 보급된 터다. 특히 대선 기간이어서 '동일한 사안이라도 그 행위의 주체, 시기, 목적, 대상, 내용, 방법 등 구체적인 양태에 따라 위법 판단을 달리하게 된다'며 엄포를 놨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란 국민은행등록금대출 뜻으로 읽혔다. 여하튼 지금은 선거의 '선'자도 입 밖에 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교사는 '정치적 천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전가의 보도처럼 내게 덧씌워진 혐의다. 이따금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들이 은연중에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고 있다는 거다. 정책을 비판하는 건, 그걸 입안하고 추진한 정 전주저축은행적금 치인과 정당을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교사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기부금을 내서도 안 된다. 정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물론, 공청회에도 참석해선 안 되고,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는 일조차 주의해야 한다. 선거 기간에는 공약과 정책을 문제 삼는 것도 오해를 살 여지가 있으니 멈추라는 거다. 주택법제46조민원에 답하는 소명서를 '복붙' 하듯 작성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이 언제 왜 생겨났는지 역사적 연원부터 설명한 뒤, 정치권력에 의해 악용된 사례를 덧붙인다. 늘 그래왔듯, 기사 내용 중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명확히 답변하겠다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또다시 소명서를 쓰려니 순간 가슴속에서 분노가 인다. 대체 교사가 교육 관련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는 게 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교사는 '정치적 천민'이라는 어느 학자의 확언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교사는 카톡 상태 메시지에 특정 정당과 후보자의 사진과 공약을 탑재하거나 암시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 올린 선거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좋아요' 등 공감을 표시하는 것도 금지된다. 선거 공보물을 사진 찍어 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전송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요'라는 접두어까지 붙여가며 공문을 하달한 인사혁신처와 교육부, 교육청 관료들에게 진정 묻고 싶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왜 문제가 되는가. 교사의 카톡 상태 메시지를 언제든 아이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걸까. 나아가 수업 시간 아이들 앞에서 선거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삼가는 게 과연 교육적으로 온당한가.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준동하는 현실에서 좌우의 이념과 정치적 갈등에 대해 가르치는 걸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을러대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교실에도 '정치의 계절'이 왔는데 ▲  광주광역시 광산구 성덕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4일 오전 교실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본문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김형호 여야 후보의 선거운동이 한창인 요즘 교실도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에 저촉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교사와는 달리 아이들 사이에선 후보들의 면면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토론이 벌어진다. 요즘 대선 관련 이슈는 연예계 가십거리나 스포츠 뉴스보다 더 인기가 있다. 수업 시간은 물론, 교무실까지 찾아와 후보자와 공약에 대해 질문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노골적으로 묻는 짓궂은 아이도 있지만, 공약의 실효성과 차별점 등을 궁금해하는 아이들도 많다. 특히 생애 첫 투표권을 가진 고3 아이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질문을 받은 교사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 답변하다 부지불식간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교사는 입버릇처럼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추호도 없다"고 중언부언한다. 심지어 어느 동료 교사는 시작종이 울리면 대선에 관한 질문은 일절 금지한다고 밝힌 뒤에 수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선거 등 민주주의 정치 제도에 대해서 배우는 '정치와 법' 수업 때도 예외는 아니다. 눈앞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수백 년 전 사례를 들어 강의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슬로건이 무색하다. '선거는 민주공화국의 축제'라는 교과서의 비유 또한 흰소리처럼 들린다. 단언컨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교육이 절실하다면, 선거철만큼 적실한 시기는 없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다. 정상적인 학교라면, 교사는 선거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북돋우기 위한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평소 같으면 수업 시간 내내 졸던 아이들도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토론에 참여한다. 이를 '교실의 정치화'라며 막무가내로 치도곤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이들은 교사들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정치적 판단이 좌우될 거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거다. 저절로 나이가 들면 정치적으로 성숙해질 리 없을뿐더러 '교실의 정치화'를 통해 정치적 성숙을 도모해야 한다는 반론엔 아예 귀를 닫는다. 선거, 투표, 정치, 후보, 정당, 공약, 지지 등. 이들 용어는 대선을 앞둔 지금 수업 시간의 '금기어'다. 대선에 관심을 두기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시험공부하라고 채근하는 게 '교육적'이고 무엇보다 '안전하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강조되는 현실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 공교롭게도, 대선이 치러지는 6월 3일은 원래 전국연합 수능모의고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느닷없이 당일이 대선일로 결정되면서, 시험일이 다음날인 4일로 미뤄졌다.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거의 무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요컨대,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을 들어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는 건, 미래 세대 아이들조차 '정치적 천민'으로 전락시키는 국가 권력의 폭력이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실천하는 곳'이라는 어느 학자의 일갈이 과분하고 낯설다.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는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곳이라는 평가가 적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