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북극에 햇빛이 다시 비치며 몇 달간 겨울의 어둠을 깨고 해빙을 밝게 비춘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
기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때로는 생각의 시공간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범위보다 크게 늘려야 함을 의미한다. 얼마나? 시간은 최소 수십 년을 다루고, 길 때는 수십만 년을 우습게 거슬러 올라간다. 공간은 지구 전체다. 태평양 섬나라 이야기를 하다 극지를 덮은 빙하를 이야기해야 한다. 해류는 지구를 한 바퀴 휘감는다. 우주가 찬조 출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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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예시 월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런 기후 스케일을 잘 보여줬다. 미국 워싱턴 대학과 지질조사국(USGS) 연구팀은 수만 년 동안의 북극 ‘바다 빙하(해빙·海氷)’ 면적 변화를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그런데 발상이 특이했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우주 먼지를 이용했다.
바다이야기고래 연구팀이 제기한 질문은 이랬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극지의 해빙 면적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 이후로 50년이 채 안 된다. 이 사이에 북극 해빙 면적은, 연중 해빙이 가장 적어지는 9월 기준으로 40%가 넘게 줄어들었다.
수십 년은 인간에게 긴 시간이지만 기후 관
오션릴게임 점에서는 아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천, 수만 년 사이에는 어떤 패턴을 보였을까. 최근 수십 년간 인류가 관찰한 감소 추세가 이전에도 있었을까. 혹시 더 긴 시간 스케일로 넓힌다면 자연적인 감소 패턴의 일부가 아닐까.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다에 뜬 얼음은 그냥 녹을 뿐 기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록을 남기지 않기에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연구팀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우주에서는 지구로 여러 가지 물질이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외계에서 온 헬륨-3 먼지다. 우주에서 지구 전체에 균일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떨어진 헬륨-3는 지구 표면을 일정한 속도
릴게임종류 로 고르게 덮는다. 육지와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마치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 속 작품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장면 같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에게 눈은 그저 공평하게 내리듯, 우주 먼지도 지구 표면이 어떤 상태이든 그저 공평히 내려앉는다.
그런데 얼음이 바다를 덮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치 우산으로 내리는 눈을 막는 것처럼, 해빙이 헬륨-3 눈을 막게 된다. 그 결과 해빙이 없을 때에 비해 침전이 줄어들게 된다.
연구팀은 북극해 퇴적물을 연필 자루처럼 세로로 길게 뚫어 시료를 채취한 뒤 헬륨-3 비율을 추적해, 과거 3만 년간의 해빙 면적 변화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빙하기가 한창일 때에는 해빙이 1년 내내 극지 바다를 덮고 있었지만, 약 1만5000년 전 빙하기를 벗어나면서 지구가 따뜻해지고, 덩달아 북극도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녹기 시작했음을 확인했다.
지구는 약 100만 년 전부터 대략 10만 년 주기로 추운 빙하기와 덜 추운 간빙기가 교차하고 있다. 복원한 이 시기 기후를 보면, 빙하기가 시작될 때에는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고, 가장 낮은 혹독한 빙하기가 지속되다 어느 시점에서 급속히 기온이 오른다. 그게 간빙기다. 현재도 간빙기다. 물론 급격히 오른다고 해도 수천 년 이상의 시간 간격을 두고 몇 도 오르는 수준이기 때문에, 불과 100여 년 만에 1.5℃가 오른 지금의 인위적 기후변화와는 속도 차이가 크다.
연구팀이 연구한 1만5000년 전은 빙하기를 벗어나 간빙기로 향해 가던 초기로, 온도의 상승에 따라 이전의 빙하기와 달리 더운 계절과 추운 계절의 온도 차이가 생겼고, 계절에 따라 해빙 면적도 크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해빙은, 마치 만년설처럼 빙하기에는 늘 북극을 덮는 존재였지만, 간빙기에는 계절성을 갖는 존재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북극의 9월 해빙 42% 줄어들어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결과이지만, 연구팀은 한 가지 사실을 덧붙였다. 무엇이 해빙 면적을 늘리고 줄이는 주요 원인인가다. 흔히 바다가 따뜻해지면 해빙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맞긴 하지만 연구팀이 과거 기록을 확인한 결과 더 큰 요인이 있었다. 대기 온난화가 해양 온난화보다 해빙 면적을 변화시키는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리고 북극은 남극과 함께 현재 지구에서 ‘대기 온도’ 상승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다시 위성 관측 기록이 존재하는 현대로 돌아오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는 1978년 말 이후 북극과 남극의 해빙 면적 데이터를 매일 집계하고 있다. 필자도 그 자료를 수시로 받아 살펴본다.
그 가운데 북극 해빙 데이터는 기후위기의 영향이 뚜렷하다. 북극 해빙은 보통 연중 가장 해빙이 많은 3월(북반구가 겨울을 지낸 직후라서 얼음이 많다)과, 연중 가장 해빙이 적은 9월(북반구 여름 직후)을 비교한다. 9월 해빙이 북극 바다를 뒤덮은 면적은 1979년 이후 40여 년 사이에 42% 이상 줄었다. 해빙이 가장 발달하는 3월의 경우, 비율은 작지만 역시 줄어드는 패턴이 보인다. 이해하기 쉽게 일간 기록(5일 이동 평균)을 바탕으로 연도별 평균 해빙 면적 트렌드 그래프를 그려보면, 명확히 꾸준히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그림 1〉 참조).
이번에는 매년 같은 날을 연도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그래프를 바꿔보자. 가로축은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날짜이고, 세로축은 북극 해빙 면적이다(〈그림 2〉 참조). 이 연재 1화(제927호 ‘기후위기의 ‘서른 살’, 나이테처럼 쌓여간 이산화탄소’ 참조)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여줄 때처럼, 해빙의 면적이 한 해 한 해 나이테같이 기록된다. 계절성이 매우 강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심한 굴곡도 보이는데, 3월 최고 면적을 기록하고 9월 최저 면적을 기록하는 경향이 매년 반복됨을 알 수 있다.
다른 색깔로 연도별 그래프를 그린 북극 해빙의 면적 변화. ⓒ윤신영"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7/sisain/20251207091101164fxop.png" data-org-width="1280" dmcf-mid="uFbF469UM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7/sisain/20251207091101164fxop.png" width="658">
<그림 2> 다른 색깔로 연도별 그래프를 그린 북극 해빙의 면적 변화. ⓒ윤신영
연도별로 색을 입혀보면, 과거(보라색)부터 최근(녹색~노란색)까지 꽤 규칙적으로 면적이 줄어왔음도 알 수 있다. 그래프를 한 번 더 변환해서, 이번에는 평년 평균(여기서는 1981~2010년 평균)과의 차이를 살펴봤다. 면적 절대값만 봐서는 얼마나 줄었는지 잘 알기 어렵다. 그래서 매년 그날 해빙 면적이 평년 같은 날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 보기 위해 편차를 구했다.
선이 0에 가까울수록 해당일 평년과 비슷한 해빙 면적을 보인다는 뜻이다. 위아래로 그래프가 흩어질수록 차이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해빙 면적이 넓은 겨울~봄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적고 감소 규모도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3〉 참조). 반면 해빙이 줄어드는 여름 이후는 연도별 편차도 큰데, 특히 최근에는 해빙 면적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운 계절에는 어차피 해빙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름과 가을에는,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해빙이 다 녹아 사라지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게 많은 과학자가 우려하는 ‘얼음 없는 북극’ 사태다.
지금 상황에서도, 북극 해빙이 겨울까지 다 사라지는 데는 적어도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름은 다르다. 해빙이 사실상 거의 없는 바다를 훨씬 빨리 만날 수 있다. 그 시기는 추정에 따라 다른데, 대개 수십 년 안에 도래하리라는 예상이 많다. 앞서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이 지역 해빙 면적은 해수 온도보다는 ‘대기 온도’와 관련이 깊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의 평균 온도 상승 정도는 극지역이 온대지역에 비해 훨씬 크다. 해빙에는 악재다. 여기에 극한 기상 현상이 더해지면, 일시적일지라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해빙이 사라진 북극해를 만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그림 2〉에서 9월 역대 최저 해빙을 기록한 해는 2012년이었는데, 당시에도 북극 대기 순환과 폭풍 등 다양한 기상 현상이 더해지면서 해빙 면적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북극에서 남극으로 눈을 돌려보자. 남극 해빙은 사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원래 남극 해빙은 북극과 달리 해빙의 증감 동향이 이상해서 큰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오히려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그림 4〉 참조). 하지만 이조차 최근 몇 해 사이에 바뀌었다. 갑작스럽게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패턴으로 바뀌었고, 최근 몇 해만 보면 북극보다 오히려 남극의 요동이 더 심상치 않다.
인위적 기후변화와 자연적 변동
다만, 남극의 이런 요동은 기후위기 외에 다른 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2022년 한국 극지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팀은 남극 성층권 오존 감소, 대륙 빙하의 유실 등 남극 해빙 변화를 설명할 다양한 가설을 점검했다. 그 결과, 남극해 해수면 온도의 수십 년 주기 변동성이 해빙 면적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연적인 변동이 주원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먼 북대서양이나 열대 태평양의 기후에 영향을 받아 이 지역 해수면의 온도가 변화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열대 바다의 주기적인 온도변화가 대기 흐름을 바꾸고, 이것이 다시 남극해의 바닷물 온도를 올려 얼음을 녹였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매우 강력한 위협 요인이고 실존하는 위험이지만, 또 한쪽에는 이에 맞먹는 강력한 자연적 변동 역시 존재한다. 공간 규모도 열대에서 극지를 한꺼번에 아우르고, 시간 스케일은 수십 년에 이른다. 수십 년 동안 자연적 변동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를 완화해 남극 해빙의 유실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생겼다. 급격히 줄어든 해빙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인류는 무성한 잔디밭을 탐색하는 개미와 같다. 삐죽삐죽한 풀을 타고 오르내리다 보면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다차원 세상인 줄 안다. 하지만 멀리서 보는 거인에겐 그저 푹신하고 매끄러운 평지다. 기후도 그렇다. 내가 사는 곳, 내가 겪는 짧은 시간만 주목하면 조금 변덕스러운 모습만 보인다. 하지만 지구 전체, 수만 년의 시간, 때로는 우주를 여행하던 먼지 눈에까지 시야를 확대하면 다르다. 크고 넓은 경향 안에서 기후는 변화한다. 물론 그 스케일 안에서도 지금의 기후변화는 유독 두드러진다. 알고 보면 우리는 개미가 아니라, 넓고 평탄한 풀밭을 통째로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거인인지도 모른다.
북극 해빙의 모습 ⓒ미국 지질조사국
윤신영 (과학 저널리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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