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투입 장병에 대한 다양한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에 참여한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 소속 위원들. 이들은 모두 지난 2월10일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에 찬성했다. 왼쪽부터 김용원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투입 장병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정작 장병들을 계엄에 동원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 고위 간부들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은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 결정이라, 그 의미가 퇴색한다는 논란은 지속할 걸로 보인다.
현대카드 연체 인권위는 17일 “12·3 비상계엄에 투입된 장병에 대한 인권상황을 파악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5월부터 7월까지 관련 부대를 방문하여 조사를 실시했다”며 “그 결과 인권위는 9월1일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투입 장병에 대한 다양한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비상계엄 투입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담조사 화장 에서 장병들은 부대별 투입 양태에 따라 다소 상이한 경험을 진술하였으나, 공통적으로 △투입 장병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 마련 △트라우마 해소를 위한 전담 상담 프로그램 설치 △단순 가담자에 대한 신속한 사법 및 행정 조치 여부의 결정 △언론 노출과 신상 공개로 인한 스트레스 △군 사기 진작을 위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캐피탈직장인대출 군인권소위는 지난 5월8일 “12·3 비상계엄에 투입된 장병의 건강권, 처우 등 인권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2·3 비상계엄 투입 장병의 인권상황 관련 방문조사’를 개시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당초 직권조사로 안건이 상정됐으나 한석훈 위원 등의 반대로 방문조사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침해가 있어 조사한다기보다는 실태조사와 현황파악을 보통명사 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소위에서 한석훈 위원은 군인권보호국 조사관들에게 “계엄 투입으로 인한 인권 침해라기보다는 계엄에 따른 사회적 비난으로 인한 피해를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707특수임무단, 국군방첩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등에 속한 장병들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기업파산 에 투입됐다. 707특임단 장병들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받고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국회 보좌진, 정치인들과 충돌을 빚어야했다. 방첩사 소속 장교 328명은 6개 조로 나뉘어 정치인 체포 등의 임무를 부여받고 동원돼 국회에 투입되거나 대기했다. 정보사 소속 15명은 과천 중앙선관위에 진입해 서버 등 내부 장비를 촬영하고, 수방사 제1경비단과 군사경찰단 등 총 211명도 ‘정치인 체포’등의 임무로 국회에 투입됐다.
장병들은 온라인 설문조사(전체 대상자 1528명 중 407명 응답, 복수 응답)에서 비상계엄 투입 뒤 다양한 이유로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다. 장병들은 계엄투입 자체에 따른 부담을 느꼈다는 이들이 26.3%였고, 언론보도(25.1%), 이웃 등에 의한 평가(22.1%), 형사처벌 가능성(20.1%), 인사상 불이익(17.1%)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는 장병도 적잖았다. 계엄 투입에 따른 트라우마 치료에 대해 응답자 16.5%는 문화프로그램 실시가, 15.5%는 민간병원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군인권소위(소위원장 김용원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는 국방부 장관에게 △12.3 비상계엄 투입 장병과 가족의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전문적인 민간 심리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 △투입명령에 따른 동원 장병들에 대한 행정조치 여부 등의 신속한 마무리 △간부 양성과정 및 보수교육 시 군의 정치적 중립 등 헌법 가치 함양 교육 확대·강화 △투입 명령에 따라 동원된 사실만으로 포상제외 등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 등 군의 대국민 신뢰회복 및 사기진작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군 장병 방문조사가 개시되던 지난 5월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방첩사령관 등 장성들의 방어권을 주장한 위원들이, 이들에 의해 계엄에 투입된 군 장병의 인권조사를 할 자격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은 지난 2월10일 ‘윤석열 방어권 보장’(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 표명) 안건에 찬성했다. 이중 한석훈·이한별 위원은 2월19일 군인권소위에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 주요 연루자에 대해 신속한 보석 허가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표명을 한 바 있다.(강정혜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 반면 이들은 지난해 12월9일 전원위에 상정된 ‘시민권 침해 직권조사안’(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은 반대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