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본] 인테리어뉴스

왼쪽부터 엄마 이주희씨, 둘째 현서, 아빠 장대규씨와 이달 초 태어난 막내 현나, 첫째 현호. 장씨는 “정관 수술한 아빠 몸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을 뚫고 엄마에게까지 온 아이가 우리 가족에겐 축복이자 기적의 선물”이라고 했다./고운호 기자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올 1월 이주희(35)·장대규(39)씨 부부는 임신 테스트기에 뜬 두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편 장씨가 재작년 여름 “아내 자궁벽이 약해 또 임신하면 몸이 망가질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로 정관 수술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놀란 부부가 첫째와 둘째를 낳은 산부인과를 찾아가 다시 확인했지만 셋째 임신이 맞았다고 한다.
그다음 날 부부는 정관 수술을 직장인대출상담 해준 병원을 찾아갔다. “어떻게 된 거죠?” 남편의 물음에 의사는 수술 부위를 재검사하고, 정액 분석도 다시 했다. 수술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의사의 답변은 달랐다. “수술은 잘됐다. 믿기 어려우면 다른 병원에서 교차 확인을 해도 된다”며 “수술을 해도 극소량의 정자는 나오는데 이 정도 양으로 임신이 된 것 자체가 0.01% 가능성의 기적”이라고 했다.
일용직 식대 이달 초 셋째를 낳은 이 부부를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만났다. 부부는 “(임신) 안정기인 13주 차까지 지켜보다가 산모 건강이 위험하다고 하면 아이를 지울까도 고민했다”며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자궁벽이 튼튼하게 회복돼 아이를 낳아도 문제가 없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 ‘기적’을 행복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정신과무료상담당초 이 부부는 결혼 전부터 아들 하나, 딸 하나를 원했다고 한다. 2018년 5월 결혼 직후 바로 첫째를 임신했다. 신혼여행 갔던 칸쿤에서 얻은 ‘허니문 베이비’였기에 태명을 ‘쿤이’로 지었다. 10개월 후 17시간 진통을 겪으며 자연분만을 시도했지만, 탯줄이 아이 발목에 감기면서 제왕절개로 첫째 아들 현호(6)가 태어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 “2년 뒤쯤 둘째를 갖는 게 어떨까”라는 얘기를 언뜻 하긴 했지만, 부부는 구체적으로 추가 임신 계획을 짜진 않았다. 하지만 첫째 출산 후 2년 정도가 흐른 어느 날, 아내 이씨가 남편에게 “내일 하루 (직장에) 연차를 내라”고 한 뒤 그날 밤 바로 “거제도로 가자”면서 자동차 키를 쥐여줬다고 한다. 첫째는 시댁에 맡겼다. 남편은 영문도 모른 채 서울에서 사업자대출조건은행 거제도의 한 호텔까지 399㎞를 운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둘째인 딸 현서(4)가 생겼다. 남편은 “알고 보니 아내가 어느 논문에서 ‘남편의 피로도가 높을수록 딸을 낳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을 읽은 뒤 밤샘 운전을 시켰던 것”이라며 “아내한테 다 계획이 있었다”고 했다.
부부는 꿈꿔왔던 가족 계획을 다 이룬 데다, 의사 권유로 남편이 정관 수술까지 받았으니 가족이 더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적의 아이’가 찾아온 것이다.
셋째가 생긴 시점을 따져보니 크리스마스쯤이라서 부부는 태명을 ‘캐럴이’라고 지었다. 남편은 “크리스마스에 동생이 생겼다고 하니, 첫째·둘째가 ‘산타 할아버지가 주셨나 보다’ 하면서 좋아했다”며 “아이들이 뱃속에 있는 동생 들으라고 캐럴도 많이 불러줬다”고 했다. 아이는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랐고, 예정일보다 2주 빠른 지난 5일 3.22㎏으로 태어났다. 수술을 마치고 한 검사에서 의사가 “산모는 아주 건강하다. 넷째도 낳아도 되겠다”면서 웃었다고 한다. 셋째 이름은 아내 이씨가 성별이 딸인 걸 확인하고 직접 ‘현나’로 지었다. 이씨는 “‘현’ 자(字) 돌림에 어떤 글자를 붙일까 고민하다가, 정관 수술도 이겨내고 ‘나예요, 나!’ 하고 우리에게 온 것 같아서 ‘현나’라고 지었다”고 했다.
4년 만에 다시 갓난아기를 키우게 된 부부는 “‘경력직’인데도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내는 “첫째는 신혼 때 뭣 모르고 키웠고, 둘째는 ‘해봤잖아’라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4년 만에 셋째가 태어나니 다시 첫아이 키울 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그래도 첫째·둘째가 ‘엄마 힘들어? 도와줄까?’라면서 챙겨주고 막내를 예뻐해 줘서 가족 분위기가 더 단란해졌다”고 했다. 남편도 “새벽 수유 하느라 피곤한 건 맞지만, 셋째를 만나니 오히려 처음 아이 키웠던 30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 힘이 난다”며 “첫째·둘째가 크면서 ‘아기 때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는데, 셋째를 키우는 게 정말 즐겁다”고 했다.
이제 다섯 식구가 되면서 부부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셋째 소식을 부부의 양가 부모에게 알린 날, 시부모님이 “들어와 같이 살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맞벌이인 부부가 세 아이를 다 돌볼 여력이 없으니 살림을 합치자고 한 것이다. 셋째 출산 전에도 가까운 거리에 살며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부부에겐 너무 고마운 제안이었다. 남편 장씨는 “대가족을 이루는 게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며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아이들이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길 바란다”고 했다. 아내도 “셋째를 얻은 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지만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함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큰 도움을 받으면서 세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했다.
남편 장씨는 정관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재수술을 해준다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했기에, 세상의 빛을 볼 운명을 가진 아이가 또 찾아온다면 아내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기쁜 마음으로 맞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