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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알래스카 담판’에서 기대됐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대신 휴전을 건너뛰고 곧장 종전(終戰)으로 직행하는 방안이 회담 뒤 급부상했다. 공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쪽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평화 중재자’가 되고픈 트럼프 대통령의 공명심이 노련한 푸틴 대통령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 자동대출납입 다.

서두르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끔찍한 전쟁을 종식하는 최선의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평화 협정으로 직통하는 것이지 지켜지지 않기 일쑤인 휴전 협정의 체결에 머무는 게 아니라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적었다 씨티은행 마이너스통장 .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아주 잘 끝났고, 젤렌스키 대통령, 대단히 존경받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포함한 여러 유럽 지도자들과의 심야 전화 통화도 잘 됐다”면서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 등기부등본 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전날 미국 알래스카주(州)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중단이 최우선 일본취업지원 목표라며 푸틴 대통령이 휴전 제안을 거부할 경우 ‘심각한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결과적으로 식언이 됐다. 다만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후속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월요일인 18일 백악관을 찾기로 했다는 사실을 SNS 바로바로 로 공개하며 “모든 일이 잘 된다면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푸틴 대통령이 잠정 합의한 종전 조건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해 22일까지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심경은 착잡하다. △무조건 휴전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영토 포기가 아닌 영토 교환 △불가피한 영토 이양 시 안보 보장 등을 요구해 온 그는 16일 밤 늦게 SNS를 통해 “러시아가 살상을 언제 멈출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휴전 거부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대안이 마땅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미·러 회담 결과를 들은 직후 엑스(X)에 “월요일(18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살육과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썼다.
유럽도 종전 직행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6일 공동 성명에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단 휴전하고 나머지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는 종전 주장은 성명에서 빠졌다.

시간 끌려는 푸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앵커리지=로이터 연합뉴스


종전을 위한 푸틴 대통령의 우선 요구는 최대한의 우크라이나 영토 확보다.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주)에서 철수하면 나머지 전선을 동결하고 추가 점령을 위한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고 전했다. 아직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도네츠크 서부 영토까지 마저 내놓으면 휴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핵심 반대급부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이었을 공산이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경우 서방 측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푸틴 대통령이 피력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토 조약 5조(집단방위)와 유사한 안보 보장 체계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아도 러시아가 재침공할 경우 서방 국가들이 함께 대응한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 왔다. 더불어 미국이 안보 보장에 합류하는 방안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고, 이게 젤렌스키 대통령한테 타협 여지를 마련했다고 WSJ는 전했다.
가장 큰 부담을 느낄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회담 직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영토 교환을 논의했다고 밝히며 “합의에 꽤 가까워진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로부터 십자포화를 당하고 있는 국가의 초대받지 않은 지도자가 미국 평화 구상 실패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래스카 회담 승자는 푸틴 대통령이라는 게 평가의 주류다. 당장 러시아에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러시아 싱크탱크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 전문가 알렉세이 나우모프는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 인터뷰에서 “휴전과 국제적 고립,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전부 피했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은 혹평 일색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에게 전쟁을 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프리패스(무임승차권)’를 줬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이 추가 제재 도입 가능성을 지연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각각 비판했다. 합의 도달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패색이 짙어지고 서방과 러시아 간 핵 긴장마저 팽팽한 만큼 외교가 불가피한 시점이었다는 현실 직시론도 없지 않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 마이클 허시는 “장기 휴전이 수십 년간의 영토 논의 교착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남북한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