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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이 책을 읽으며 차 한잔 하고 머물다 갈 수 있는공간 2층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섬진강변과 마을의 풍경이 정겹다


ⓒ 박향숙




군산에서 전남 구례구역까지 기차여행을 해볼까. 그곳에 가면 섬진강 가에 자리한 중고 헌책방 건물이 있다는데…. 라는 생각은 나를 낯선 곳으로의 여행으로 이 전문직대출 끌었다. 7월 31일, 이틀간의 짧은 여름휴가로 구례구역 근처에 있는 '섬진강 책 사랑방'을 찾았다. 딸과의 기차여행을 먼 훗날 한편의 추억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이 책방의 대표 김종훈씨는 구례에서 가까운 남원 출생이었지만, 중고등학교는 순천에서 다녔고, 부산에서 젊은 청년 시절부터 헌책방과 인연을 쌓아 무려 50여 년 균등분할 동안 중고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중고등 학창 시절부터 책을 보러 책방에 많이 다녔다는 그는, 제대 후 부산의 중고책방 거리 보수동 일대 책방을 들고 나면서 주인 대신 손님들에게 책을 골라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때 책방 주인이 3평짜리 책방을 인수할 마음이 있냐는 말에 시작했던 책방과의 인생길, 남들과 다른 전문서적을 중심으로 책방을 한 평 독도사랑학생부금 늘려가 부산의 대표적인 헌책방 대표 인물이 되었다.
드디어 2020년 구례구역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던 모텔을 인수해서 지금의 책방까지 줄기차게 책만 바라보고 걸어온 독특한 인물, 김종훈 대표. 섬진강변을 바라보며 나그네들의 쉼터로 제공되었던 모텔 자리에 중고책방을 차리고 싶었던 그의 생각은 분명 현실을 벗어난, 이상세계에서나 만나봄직 학자금대출 생활비대출 이자 한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어주며 인사하는 그의 첫 목소리, 사람을 환대하는 그의 품성이 여실히 묻어났다. 마치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 나온 한 구절을 실천하기라도 하는 듯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 신용등급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하략) -










▲ 2층에 있던 시집코너 근대시인들의 오래된 시집들 고르는 즐거움


ⓒ 박향숙




출입구에서부터 꽉 들어찬 책들로 이루어진 통로, 마치 어느 단단한 성곽의 성벽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김 대표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이 건물 3층 전체가 책으로만 이루어져 있음을 알았다. 2층에는 손님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음료 한 잔 들고 책을 오랫동안 읽을 수 있게 만든 소위 카페 공간도 있었다. 창밖 너머 섬진강 줄기가 흐르고, 구례역사를 감싸는 자그마한 산 언덕과 마을이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헌책과 새책의 구별 점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읽었으면 헌 책이요, 읽지 않았으면 새 책이지요. 책은 누군가의 손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그 가치가 올라가는 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런 구별을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헌책과 새 책을 구별하는 기준점을 가진 듯해서 참으로 아쉽지요."
책방에 있는 엄청난 책의 양을 보고 방문자마다 도대체 몇 권이나 가지고 있냐는 질문이 많아서, 대강 세어보았다고 했다. 현재 30여 만 권쯤 가지고 있고, 지난 2020년 8월에 있었던 섬진강 홍수피해로 인해 15만여 권의 책이 물속에 담겼을 때가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부산에서 이사 오기로 하고 책방을 꾸리던 중에 일어난 홍수 피해의 현장 사진이 한쪽 벽에 붙어있었다.
책방에 있는 책들의 소장 및 순환 과정에 관해 물었는데, 보통은 직업적으로 또는 학문적으로 책을 가지고 있었던 분들이 자신의 인생을 변동 또는 정리하면서 책 정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책방을 하던 사람들이 영업 문을 닫을 때 책 좀 맡아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이래저래 책을 받다 보니 수 십만 권까지 갖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절판된 많은 종류의 책들을 찾아서 오시거나 문의하는 사람들 덕분에 이 책들에게 끊임없이 생명의 물이 적셔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영리적으로 보면 결코 넉넉한 경제적 수단이 될 수 없는 헌책방 운영에서 김 대표가 추구하는 행복의 모습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학습서와 만화를 제외한 거의 전 분야의 책들이 있어서, 나는 '시 분야, 그것도 근대시인들의 시집'만 보기로 했다. 대표적인 근대시인들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백석, 정지용, 김영랑, 이상화, 이육사, 신석정 등- 의 책들은 몇몇 출판사에서 지금도 여전히 깨끗하고 세련된 책표지로 나오고 있지만, 오래된 책에서 풍겨 나오는 고유한 향기를 지닌 책들을 일부러 사고 싶었다.

김 대표의 해박한 지식이 담긴 설명을 들으며,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시집들을 추천받기도 했다. 임화 시인의 <다시 네거리에서>, 이용악 시인의 <낡은 집>, 주요한 시인의 <불놀이>,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김춘수 시인의 <꽃을 위한 서시>, 고은 시인의 <내 조국의 별 아래> 등을 비롯한 근현대를 거쳐온 시인들의 초창기 시집 30여 권을 샀다.










▲ 섬진강 책 사랑방 대표 김종훈 선생님과 한컷 입구에 있던 칼 지브란의 <예언서>를 선물로 주셨다


ⓒ 박향숙




이렇게 호젓하고 풍경이 아름다운 책방을 출근할 때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저는 항상 새로운 마음입니다. 매일 매일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면서 책에 대한 새로움이 매일 밀려옵니다. 더불어서 함께 독서회를 하고 있는 문우님들과의 만남, 오래된 책을 일부러 찾아주는 고객들과의 대화는 늘 새로움의 원천이지요. 남들은 건물의 크기를 보고, 게스트하우스나 레스토랑을 겸하라고 하지만, 저는 오로지 이 건물이 책의 향기, 책을 찾는 사람의 향기로만 스며들길 바라지요."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영미시와 영미문학이 있는 곳도 둘러보라며, 언젠가 때가 되면 한 가지 주제를 가진 책방도 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영어동화책 읽어주는 일도 종종 하고 있다고 말하니, 바로 영어동화책이 쌓인 곳으로 안내하는 등, 김 대표의 책사랑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의 말솜씨는 저절로 '섬진강 책사랑방으로 북캉스를 오세요'라는 홍보를 하게 했다. 대학생인 딸은 영국작가 서머셋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를 선택했다.
기차여행을 하며 책방을 찾아갔다는 나의 카카오톡(talk)은 이내 문우들의 부러움이 되어, 다음번 여행지 1번으로 확정, 구례군의 맑은 가을 공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자가용이 없어도 구례군의 명소-지리산 노고단, 화엄사, 천은사, 사성암, 화개장터, 운조루 등-을 돌 수 있는 대여차 이용도 쉽고, 무엇보다, 군산에서 무궁화 기차로 간다고 해도 2시간 안으로 여행할 수 있는 편리한 기차 교통수단이 참 매력적이어서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책과 풍경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섬진강의 젖줄은 여름 폭염을 무색하게 하는 '섬진강 책 사랑방'으로 흐르고 있었다.










▲ 2020년 11월 오픈한 '섬진강 책 사랑방' 한때는 모텔이었던 책방건물 3층 전관을 모두 헌책으로 가득 채우는 김대표의 책사랑이 대단하다


ⓒ 박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