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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태양은 지평선 위를 오래 맴돌다 천천히 저문다. 파도는 제 호흡을 잃지 않은 채 하루 종일 같은 박자를 반복한다. 비행기를 두 번 타고, 다시 경비행기를 또 타야만 닿을 수 있는 섬, 그 먼 여정 끝에서 마주한 풍경은 마치 시간을 유예해 둔 듯 고요하다. 도시에서 쏟아져 나온 속도가 이곳에서는 무력해진다. 걸음은 저절로 느려지고 마음도 같이 늦춰진다.
수천 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몰디브는 땅의 기억보다 바다의 숨결이 먼저인 나라다. 오래전 화산이 일으킨 섬들이 파도와 바람에 깎이며 사라진 뒤 남은 산호가 부서져 모래톱이 되고 그 위에 다시 산호가 자라 ibk기업은행스마트뱅킹 는 순환이 수백만 년을 이어왔다.
뉴스를 멀리 두고, 신발을 벗고, 오직 하늘과 바다의 색만 바라보는 동안 시간은 직선처럼 흘러가지 않고 둥글게 맴돈다. 몰디브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그래서 풍경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다.
가는 길 자체가 긴 여행
몰디브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긴 여행이다. 인천에서 스파크s lt 싱가포르까지 6시간, 다시 경유와 대기를 거쳐 몰디브 수도 말레의 벨라나 국제공항에 닿기까지 꼬박 16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는 몰디브는 반드시 경유를 해야 하는데, 그중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가장 매끄러운 선택지다. 숲처럼 꾸며진 정원, 층층이 이어진 라운지와 면세점은 시간을 지루하게 두지 않는다. 카야잼과 초콜릿, TWG 티세트가 발길을 붙 초등학생휴대폰요금 잡는 순간조차 경유가 아니라 또 다른 여행처럼 느껴진다.
몰디브에 있는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에 가기 위해선 말레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가량을 가야 한다.
말레에 닿자마자 공기는 방향을 바꿨다. 두툼한 습기 skt 휴대폰 요금 와 짠내, 태양의 무게가 온몸에 얹혔다. 물 위에서 뜨고 내리는 경비행기에 오르는 동안 소음이 프로펠러의 진동 아래 얇아진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는 지도처럼 펼쳐졌다. 에메랄드, 터키석, 짙푸른 로열 블루가 고리 모양으로 겹친다. 오래전 화산이 만든 섬이 파도와 바람에 닳아 사라지고, 남은 산호가 부서져 모래톱이 되는 순환. 그 위에 다시 산호 부산저축은행후순위채권 가 붙고 시간이 자라난다. 사람은 그 긴 순환의 끝에서 잠시 머문 흔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콘스탄스 무푸시.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문구가 여행의 방식에 대해 먼저 답해준다. 뉴스도, 신발도 안 된다(No News, No Shoes)는 사인. 신발을 벗는 순간, 걸음이 느려진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발바닥에 느껴졌다. 몰디브와의 접점이 발끝으로 옮겨오는 느낌이었다. 웰컴 드링크 잔에서 레몬그라스의 향이 올랐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작은 바가지가 수전 옆에 얹혀 있고, 방파제 대신 야자수 그림자가 오후를 가만히 덮는다. 자연과의 거리는 어느새 한껏 가까워졌다.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 입구에는 'No News No Shoes'란 사인이 있다.
무푸시의 워터빌라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바다로 들어서는 출발점이었다. 발코니 끝에 달린 나무 계단은 곧장 바다로 이어진다. 첫 입수의 순간을 기억한다. 무릎까지 물에 잠겼을 때의 찌릿함, 허리를 휘감은 아득함,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시고 어깨를 내어줄 때의 해방감. 수면 위의 빛은 금세 산산이 쪼개져 모래 바닥에 박힌다. 파도 소리는 멀어지고 호흡 소리만 또렷해진다. 눈을 뜨면 흰동가리의 주황, 블루탱의 코발트가 물살을 타고 번쩍인다. 형광펜으로 그은 듯한 노란 줄무늬가 무리 지어 흔들린다. 한동안 ‘이건 현실인가’라는 질문에 풍경이 방해가 될 정도였다.
콘스탄스 무푸시 리조트의 워터빌라에서 바다로 나가는 계단 전경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30여 분 떨어진 스노클링 포인트로 나간 날은 바다가 완전히 다른 장르의 공연장이 됐다. 속이 들여다보일 만큼 맑은 수면 아래로 검은 그림자들이 원을 그리더니, 어느 순간 펼쳐졌다. 만타가오리였다. 날개처럼 보이는 지느러미가 파장을 만들며 유영하는 장면은 ‘우아하다’는 말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한다. 장엄했고 압도적이었다. 한 마리가 아래로 지나가는 순간, 그 거대한 생명체의 그림자가 몸 전체를 덮었다. 바다거북은 시선을 한 번 훑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사라졌다. 물속의 시간은 바깥과 맞지 않는 단위로 흘렀다. 세 시간이 한순간처럼, 몇 분이 반나절처럼.
몰디브의 바다에선 바다 거북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녁이 되면 무푸시의 중심은 ‘만타바’로 옮겨간다. 모래 위에 낮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실내처럼 편안하지만 바람은 실외처럼 자유롭다. 라이브 밴드가 첫 곡을 시작하면 바다는 순식간에 분홍과 주황, 보라가 겹치는 저녁빛으로 변한다. 잔 속 와인도 리듬을 타며 박자를 만든다. 메빈 라마사미 총지배인은 “와인을 단순히 곁들이는 술이 아니라 이 섬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접한다”고 했다. 콘스탄스 리조트는 인도양 전 리조트에 자체 와인 팀을 두고,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와 직접 거래해 1만 병이 넘는 와인을 셀러에 채워 넣는다. 무푸시의 셀러 역시 한 병 한 병이 어느 해, 어느 언덕, 어떤 양조가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배인이 열어 보이는 병의 이력에 귀 기울이며 와인을 홀짝이다 보면, 혀가 이 여행의 가장 부지런한 감각기관이 됐음을 깨닫는다. 술을 마시는지, 낭만을 마시는지 모를 정도로 밤이 잘 익었다.
세련된 품격 위에 머무는 시간
이틀 뒤 스피드보트를 타고 콘스탄스 할라벨리로 옮겨갔다. 무푸시가 자연의 호흡에 맞춰 몸과 마음을 천천히 풀어줬다면, 할라벨리는 한층 세련된 품격을 얹는다. 최근 새롭게 단장한 워터빌라 객실은 럭셔리 리조트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했다. 웬만한 침실보다 더 큰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인도양을 바라보며 놓여 있는데, 그곳에 물을 담고 누워 있으면 ‘진정한 자유’가 느껴진다. 샤워부스의 유리창을 타고 투명한 물줄기가 떨어지면 저 멀리 바다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수증기와 만난다. 발코니의 작은 풀은 ‘아이들의 바다’ 같다. 수영이라기보다 물놀이에 가까운 크기지만, 여기가 바다 위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굳이 큰 풀장은 필요 없다는 게 새삼스럽다. 이곳에선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드는 일이 잦아졌다. 인스타그램의 과장된 포즈가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장면이 나왔다. 젊은 부부나 MZ세대라면 너무나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의 워터빌라 전경
스파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몰디브를 만났다. 얼굴 부분이 뚫린 침대에 엎드리면, 눈앞으로 얕은 바다가 느릿느릿 흘러간다. 두 손이 어깨뼈와 승모근을 찾아 풀어내는 동안, 물 위를 지나가는 하얀 햇빛이 바닥에 흔들린다. 스트롱과 소프트 사이에서 ‘노멀’의 강도를 택했다. 압이 적절히 근육을 누를 때마다, 몸은 바람이 돼 가벼워졌다. 마사지가 끝나고 난 뒤 계단을 내려 바다에 두 발을 담갔다. 뜨거웠던 피부와 선명한 물의 온도가 충돌하는 그 몇 초가 이 여행에서 가장 정확한 ‘현재’ 같았다.
콘스탄스 리조트에서는 다이빙과 스노클링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돌아오는 날 아침, 마지막으로 맨발로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모래의 온도가 밤의 잔열을 머금은 채 아주 천천히 식고 있었다. 해가 더 높이 오르면 금세 뜨거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사이의 온기’를 조금 더 오래 품고 싶었다. 선착장에 서자 경비행기가 물 위를 가볍게 미끄러졌다. 어느새 일상이 기다리는 도시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여행의 가장 큰 사치는 풍경이 아니라 ‘시간의 복원’이었다는 것을.
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의 워터빌라 전경
몰디브는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는 준비를 마친 순간 조용히 오늘이 될 수도 있다. 신발을 벗고, 뉴스를 멀리 두고, 바다의 박자에 맞춰 호흡하는 일.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몰디브는 가볼 만한 곳이 아니라 한 번쯤 ‘머물러볼’ 시간이라고. 그리고 그 시간을 제대로 채우려면 맨발로 걷는 연습부터 시작하라고.
몰디브=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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