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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타는) 장르 자체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국가 인구가 1억명은 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일본이죠. 반면 인구가 5000만명 정도 되는 우리나라는 장르보다 유행을 타는 시장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K의 경제학: K-팝과 K-콘텐츠의 발전이 한국에 기여하는 문화 경제적 효과' 미디어 세션에서 이  별내지구한화꿈에그린 같이 말했다.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한국어와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콘텐츠는 장르적 특성이 강해 내수 시장이 뒤받쳐주지 않으면 글로벌 진출이 어려웠다는 것.
김 칼럼니스트는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내 콘텐츠가 시장 확장성을 갖게 됐다. '오징어게임'부터다"라면서 "영어를 쓰지 않아도 '에미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새희망홀씨 금리 대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는 데 최대 '장벽'이었던 내수 시장 한계를 깼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세계 넷플릭스 회원 '80%' K콘텐츠 시청
실제로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80% 이상이 K 콘텐츠를 한 편 이상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개발 삼성캐피탈 연구원(KDI) 또한 2010년 이후 11년간 K 콘텐츠 수출 규모가 약 4배 증가하며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효과는 콘텐츠 시청 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외권 시청자들의 긍정적 한국 문화 인식도 견인했다. 넷플릭스가 올해 실시한 8개국 1만1511명 대상 조사 결과, 넷플릭스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보다 한국 문화에 리스차량담보대출 대해 약 1.8배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37%) 대비 두 배 수준이었다.
특히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의 경우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다. 지난 14일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뷰를 돌파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6월20일 ‘케데헌’ 공개 직후 ‘한국’ 검색량은 거의 2 바람의나라할인이벤트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 8월17일부터 일주일간의 검색량은 2022년 말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 검색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낯선 소재 중 하나인 한국적 요소가 되레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은 '팬덤'과도 관련 있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예전에는 미디어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 대중을 어필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대중보다는 소수 취향을 겨냥하는데 콘텐츠 소비 방식이 취향 기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소수 취향은 내부에서 그들만 소비하는 하위집단이라 돈이 안 됐다. 지금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경험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코리아 푸드(Korea Food)’ 검색량 역시 ‘케데헌’ 공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인 75%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만 136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3.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김 칼럼니스트는 "케데헌은 마치 관광 가이드처럼 음식, 장소 등 체험형 콘텐츠로서 큰 영향을 발휘했다"며 "인스타그램 등 여행지 사진을 올리거나 맛집 음식을 찍어 올리는 등 체험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케데헌은 맞춤형 콘텐츠"라고 말했다.
넷플, K 콘텐츠 투자로 '5조6000억' 파급효과 창출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K콘텐츠에 지속 투자해왔다. 2023년에는 향후 4년간 약 3조원(25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딜로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는 2016~2020년 기준 약 5조6000억원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1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유발했다. 특히 촬영, 편집, 더빙, 특수효과 등 제작·배급 분야에서 다양한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 창출했다. 넷플릭스만의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넷플릭스는 거대 자본을 투자해 모험을 단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신인 창작자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 산업적으로도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생 관계도 강조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균형 관계를 잃으면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시장 유지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넷플릭스와 K콘텐츠가 공동으로 협업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K 콘텐츠에 최대 36개 언어의 더빙·33개 이상 언어의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19개 언어의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화면해설, 64개 언어의 청각장애인용 자막도 제공 중이다. 다양한 언어로 현지화된 K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송출되는 것.
김 칼럼니스트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과 다르게 케데헌은 전폭적 지지와 성공을 내놓았다. K 콘텐츠가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을 넘어서 주류에 들어갈 만한 가능성과 영향력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K 콘텐츠가 주류가 될 수 있느냐는 전 세대의 의구심을 완전히 종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