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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은 외교적 절차를 통해 경제적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협상을 어느 일방이 주도하거나 경제적 손익이 분명하게 엇갈리면 손해를 보는 국가에선 정치적 논란과 정국 불안이 커지기 마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3,500억 달러 투자 관련 강압적 요구가 자칫 ‘외환폭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겨냥한 한미 양국 극우세력의 노골적인 ‘정치적’ 공격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주변 인사들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고 한국 정부를 친중·친북·반미로 규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 주택담보대출저금리 략가와 그의 딸이자 극우 팟캐스트 워룸 대표인 모린 배넌, 극우 논객 로라 루머, 백인 우월주의자 잭 포소빅, 앨릭스 브루세위츠 공화당 미디어 고문, 최근 사망한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모스탄 전 국무부 국제형사사법 대사, 애니 챈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 고든 창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마가(MAGA)의 급여압류조회 핵심으로 꼽힌다.
이들은 대체로 ‘반중’과 ‘부정선거’로 거의 모든 현안을 설명한다. 명확한 근거와 사실관계보다 정치적 편 가르기와 감정적 선동이 우선한다. 주목할 건 이들이 공적인 지위 대신 민간 영역에서 특히 극우 기독교를 기반으로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며 이를 수익 사업화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를 정치적 배경으로 삼는 것이다. 한국에 운동선수 대한 주장 역시 6·3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것과 이재명 정부가 친중 정권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실증적인 근거는 없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들의 주장은 2019년을 전후로 한국 사회에 거의 그대로 금융생활의 지혜 ‘이식’돼 왔다. 트럼프가 재선을 준비하면서 배넌 중심으로 마가의 국제화를 추진하던 시기이고,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북미 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던 때다. 한국 극우세력의 주적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뀌었고, 이들이 주도하는 민간 및 기독교 복음주의 영역에서 ‘혐중’은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됐다. 물론 부정선거론은 당연히 조건 영어 핵심이다.
‘조지아주 감금 사태’를 전후한 일련의 상황 전개는 한미 극우세력 간 연대가 조직적이고 전략적임을 보여준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의 ‘숙청’ 메시지, 미국 극우 인사들의 ‘빌드업 코리아’ 행사 참석, 현행법 위반 목사 구속에 대한 종교 탄압 주장 등이다. 교류 통로 중 하나로 김민아 빌드업 코리아 대표를 꼽는 의견이 많다. 한국 극우세력은 트럼프와 마가 진영을 ‘정당성’의 근거로 삼고, 마가 진영은 한국을 포함한 외부 극우세력을 ‘국제화’의 증거로 활용한다. 과거 유럽 파시즘이 국경을 넘어 전략을 공유했던 것과 비슷하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문제는 한미 극우세력의 주장이 결국은 내란 옹호와 이재명 정부 비토로까지 어이진다는 점이다. 한국 국민들의 주권 행사 결과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장외집회에 등장한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 주장, 주요 정치인들의 여전한 내란 옹호는 제도 정치권 내 극우세력의 확장을 상징한다. 마가 진영의 이재명 정부 공격이야 트럼프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압박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이에 대한 한국 극우세력의 동조는 제2의 외환위기를 현실화하고 경제주권을 내주자는 것 말고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