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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어머님, 아버님 손을 교차해서 가슴 위에 올려보세요. 이제 숨 쉬고 '좋아질 거다' 말해보세요. 몸도 좌우로 움직이고 얼굴도 세수하듯 비벼보세요. 자율신경계가 있는 목도 주물러보시고요. 아유 잘 따라 하시네."
23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생비량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한적십자사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심리상담소에서 80·90대 노부부 2명이 상담사의 안내에 맞춰 동작을 따라했다.
이곳은 경남도가 광역·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와 함께 집중호우 피해를 본 도민에게 재난심리지원을 하기 위해 마련된 상담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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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는 손으로 몸을 감싸거나 마사지하고 호흡법을 따라 하며 몸의 감각을 깨우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법을 배웠다.
이어 상담사가 고양이와 개 등이 그려진 밑그림을 건네자 조심스레 그 위에 색을 입혔다.
이는 심리 안정을 위한 미술 치료로 주민들은 그림에 색칠하며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상담사에게 속내를프리닥스
털어놓곤 한다.
재해 당시 상황부터 몸 상태, 심적 고통, 대피소 생활, 파손된 집 복구 현황 등 대화 주제도 폭넓다.
폭우가 쏟아질 당시 집 밖에서 조카가 손 흔드는 모습을 보고 '난 괜찮다'는 뜻인 줄 알았다가 바위에 다리가 끼어 살려달라는 구조신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심적 충격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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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상담소를 찾은 80대 여성 2명과 70대 남성 1명은 건강 상태, 산청군의 피해자 지원 대책 등에 대해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피해 주민들이 그린 그림과 응원 메시지 [촬영 박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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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가 70대 남성에게 '어제 제가 만들어드린 반지 어쨌느냐. 어머님께 빼앗겼느냐'라고 장난스레 묻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마음 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피해 주민들은 상담소에서 울고 웃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렸다.
상담소 벽에는 주민들이 색칠한 밝고 귀여운 동물 그림 10여장으로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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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힘내세요' 등 문구가 적힌 응원 메시지가 가득 붙어있었다.
다른 상담사들은 같은 공간에 마련된 대피소를 돌아다니며 이재민들의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상담사들이 입은 조끼에는 '마음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재까지 적십자사, 산청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은 329건, 관련 정보 안내는 552건에 달한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재난심리회복센터 박새봄 담당은 "우리 센터는 심리적 응급처치라고 해서 재해 현장에 일찍 도착해 주민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지 않게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며 "함께 울고 웃으며 주민들 마음에 정서적 지지체계를 형성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낮에는 괜찮다가도 밤이 되면 다시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같은 주민이 여러 번 방문하기도 한다"며 "힘든 일이 많은 주민이 홀로 마음의 짐을 지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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