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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에게 아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았다. 그 후 일제 침탈과 6·25 전쟁의 피폐함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여정에는 낯선 타국 땅에서 땀을 흘린 수많은 과거의 강원청년들의 애국심과 숨은 헌신이 있었다. 독일의 탄광과 병원으로 향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삶은 산업화 시대 강원도 발전의 뿌리이자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다.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강원도의 청년들은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 산업화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일 파독광부와 간호사를 독일 현지에서 만나 지역발전의 해답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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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독동포 역사자료실에서 광부 출신 이유환·양승욱 씨가 당시 사용했던 실제 도구를 살펴보고 있다. 2 독일 보훔에 위치한 자택에서 광부 출신 김철수(사진 오른쪽)씨와 두영희(사진 왼쪽)씨 부부가 본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3 독일 보훔의 광산박물관 앞에서 심동간 (재독한인클뤽아우프 회장·사진 가운데)씨와 만난 근로자전세자금대출 상환 취재진. 최보권·이성찬 기자





■ 낯선 땅에서 시작된 사투...“무사히 돌아오라”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약 7936명의 한국 청년들이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조국의 경제 발전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떠난 이들은 원리금균등상환방법 풍부한 석탄과 라인강의 수운 덕분에 석탄, 철광 산업의 최대 공업지대로 발전했던 루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그들은 “글뤽아우프(Gluckauf)”라고 인사했다. “무사히 돌아오라”는 뜻을 담은 이 말은 지하 수백 미터 갱도에서 동료의 안녕을 기원하는 생존의 다짐이었다. 에센의 파독광부기념회관에서 만난 파독 광부 출신 양승욱(76)씨와 택시비 이유환(77)씨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양 씨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철로, 운항 등 우리가 상상도 못 했던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승강기를 타고 800m 아래로 내려간 뒤 기차를 타고 수백 미터를 더 이동하고 나서도 다시 200m를 걸어 들어가야 했다”며 “보이지 않는 억눌림과 웅장함에 크게 놀 주식담보대출 랐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독일에 왔었다”며 “그때 당시에 조국 경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파독 광부 2세들 가운데는 정치·의학·법률 전문가들도 많다”며 “언젠가는 이들이 고국과 연결돼 한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독인 에센에 위치한 파독광부기념회관에는 광부들이 사용했던 실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 강원도에서 독일까지 검은 산이 만든 여정 취재진은 7월 6일 (현지시간) 독일 파독광부기념회관을 방문했다. 회관 한켠에 마련된 재독동포 역사자료실에 들어서자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공간은 세월의 흔적과 삶의 무게로 가득했다. 전시된 도구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닳고 마모된 곡괭이와 헬멧, 얼룩이 남은 흰 작업복은 단순한 노동의 흔적을 넘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삶이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도 전시물들은 묵직한 이야기를 건넸다. 땀으로 젖은 하루하루 속에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과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이 전해졌다. 파독 광부들의 여정은 독일이 아닌 한국의 탄광에서 시작됐다. 강원도 삼척 도계와 태백은 독일로 떠날 광부들이 기초 교육을 받던 주요 훈련지였다. 태백 출신의 이유환 씨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측량 경험을 쌓은 뒤 그 기술을 바탕으로 독일로 향했다. 양승욱 씨와 김철수(75)씨 역시 도계에서 일주일간 실습을 받은 후 독일의 탄광에서 일했다. 김철수 씨는 “도계에 처음 갔을 때 산이 전부 검정색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검은 산에서 익힌 기술은 독일의 깊고 어두운 지하 막장에서 생존 무기가 됐다. 양 씨는 “처음엔 독일에 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었지만 부모님과 형제를 위해 벌어 보낸 돈이 한국에서 기반이 됐다는 게 자랑이자 기쁨이었고 그걸로 버텼다”고 전했다.






▲ 교육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는 파독 간호사 지망생들.





■ 삶을 짊어진 간호사들, 독일로 향하다 60~70년대 경제적 어려움 속 광부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간호사 지망생도 ‘파독’이라는 이름 아래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병원과 양로원 등지로 흩어진 이들은 낯선 땅에서 가난을 딛고 삶의 터전을 일궜다. 강릉 출신 박영희(75)씨는 “독일 가면 봉급도 많이 준다고 해서 외국도 가보고 돈도 벌 겸 왔다”며 독일행의 이유를 밝혔다. 단순한 호기심과 기대감에는 가족과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현실이 숨어있었다. 당시 19세로 독일에 도착한 정운숙(71)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가난하고 돈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담담한 정 씨의 고백 속에는 당시 청춘들이 마주했던 절박한 현실이 느껴졌다. 또 다른 파독 간호사 김순자(75)씨는 “여권을 아무나 발급받을 수 없는 시절이었다. 정치인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 해외에 나갈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낯선 언어와 제도 속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며 독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 독일 보훔의 광산박물관에서 독일 폐광지 복구 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줄리아 하스케(Julia Haske)가 광산박물관을 설명 하고있다. 최보권·이성찬·김순자씨 제공





■ 탄광 유산의 미래, 지역 경제 성공 모델로 지난 6월 한국의 마지막 국영 탄광이었던 도계광업소가 마침내 문을 닫았다. 폐광 소식을 접한 김철수 씨는 “같은 광부로서 굉장히 씁쓸하다”며 “광산이 이미 문을 닫았지만 그곳을 활용해서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후손들이 다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계광업소의 폐광은 단순히 한 광산의 종료가 아닌 한 세대가 피와 땀으로 일군 산업화의 역사와 기억이 닫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무너진 갱도와 멈춰 선 설비들 속엔 노동과 희생 그리고 한국 근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기억을 어떻게 기록하고 보존하느냐는 것이다. 7월 9일(현지시간) 취재진은 독일 에센에 위치한 졸페라인 산업유산 단지를 찾았다. 이곳은 폐광을 교육·문화·관광의 공간으로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졸페라인은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헌신을 기리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자 탄광산업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졸페라인은 과거의 보존을 넘어 연간 2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이곳은 1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폐광 이후 지역 재생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폐광지 복구 연구센터의 줄리아 하스케 책임연구원은 “독일도 광산이 한꺼번에 폐쇄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1950년대 중반부터 자료를 모으고 준비해왔다”며 “광산업은 지나간 일이지만 미래를 위한 연구가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탄광 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흔적을 넘어 교육·문화·관광 자원으로 재탄생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역시 탄광과 병원 유산을 단순히 폐쇄된 공간으로만 보지 말고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중요한 역사적 자산으로 보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발전할 수 있게 한 숨은 주역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삶과 헌신을 기록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교육과 기억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독일 현지를 직접 취재하며 만난 이들은 여전히 삶에 대한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표정에는 한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던 강인한 인내와 희망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향한 따뜻한 격려이자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갈 소중한 자산이다. 독일 에센/최보권·이성찬 기자









이 기사는 ‘2025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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